임테기 사러 온 여자를 보고 느낀 20대男의 이야기

2016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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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BS ‘최고다 이순신'(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네이트 판



원치 않는 임신으로 ‘임테기’를 구입하러 온 여성을 만나게 된 20대 남성의 글이 화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 임테기 사러 온 여자 보고 마음 안 좋다’라는 제목으로 20대 남성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 아버지가 운영하는 약국에 들리게 된 글쓴이 A씨는 아버지와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버지의 볼일로 인해 잠시 약국을 봐드리기로 했다.

어차피 잠깐이었기 때문에 앉아서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던 A씨.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힘없는 모습의 한 여자가 “임테기 하나 주세요”라고 말했다.

혼자 약국을 지킨 경험은 몇 차례 있었으나 손님이 온 적은 처음이었기에 A씨는 당황스러웠다.

그런 A씨에게 여자는 “그… 임테기… 그 임신테스트기요”라며 풀 죽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결국 A씨는 “죄송합니다. 지금 약사선생님 나가셨는데 잠시 앉아계시면 금방 오실 거에요”라고 아버지한테 급하게 연락을 했고 여자는 앉아서 기다리게 됐다.

A씨는 괜히 미안해져서 제조실 쪽에서 박스 옮기는 척, 바쁜 척 하며 여자를 보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A씨는 “어디로 계속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안 받아서 계속 거는 것처럼 보였다. 나중에는 넋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아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사연은 모르지만 20대 초중반으로 보였고 딱 여자들 울기 직전의 모습으로 허공을 보고 있는데 진짜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A씨는 어린이용 비타민제를 한웅큼 쥐어 그 여자에게 건넸다. 그리고 곧이어 아버지가 돌아오시면서 여자는 임테기를 구입해 나갔다. 그 뒷모습까지도 너무나도 힘이 없었다.

A씨가 울컥해지는 마음을 안고 아버지에게 “사람들이 임테기 많이 사러 와요?”라고 묻자 아버지는 “중고등학생부터 성인여자들까지 많이 사러 오는데 거의 90프로는 죄인마냥 풀 죽어서 온다”라며 “니 미래의 여친이랑은 이런 거 사러 갈 때 같이 가줘라”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여자는 절대로 임신을 원하고, 기다리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자꾸만 모든 걸 다 포기한 듯한 표정이 생각나서 A씨는 마음이 쓰였다. 혹시라도 임신했을까 봐 괜히 자신이 불안하고 걱정이 됐다.

A씨는 “아 아줌마 마음 같은 게 드네. 괜히 걱정되고. 솔직히 성이나 성관계, 여자에 대해서 굉장히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이번 일 통해 이게 한 사람의 인생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원치 않는 임신 시 더 많은 손해를 보는 게 거의 대부분 여자쪽이니까. 산부인과 길고도 그렇고. 신체적으로도 그렇고”라며 “그냥 오늘은 마음이 좀 찝찝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말하는 게 너무 예쁘다. 생각이 예쁘세요”, “나는 피임을 아무리 잘해도 불안한 건 어쩔수 없더라. 조금만 생리가 늦어도 불안하고 속이 울렁거리기만 해도 불안해서 임테기를 사러 갔던 기억이 있었기에 쓴이가 본 여자의 심정이 너무 공감 가고 안타깝다 쓴이 생각 너무 멋있고 여자든 남자든 본인들을 위해서도 아기를 위해서도 원하지 않은 임신은 되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관계의 책임은 여자가 혼자 지는 게 아니라 함께 지는 게 맞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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