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잠자며 대소변 치웠는데”…임금 1천만원 못받은 요양사 눈물

2016년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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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이하)


“어머니 위독한데 귀국 못해” 450만원 못 받은 스리랑카 근로자 ‘한숨’
체불 임금 매년 늘어 올해 사상 최대…연말까지 1조4천억원 넘을 듯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병실 구석에서 쪽잠 자며 24시간 근무했는데, 일한 만큼 돈을 받지 못해 억울합니다”

충북의 한 요양원에서 2년 7개월 동안 일한 요양보호사 A(70)씨는 추석이 다가오는 요즘 마음이 더욱 착잡하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던 그는 3년 전 논농사를 그만두고 요양보호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한 20명가량 노인이 머무는 요양원에서 그는 밤낮없이 대소변을 받아내며 24시간 교대 근무했다.

그가 쓴 근로계약서에는 오전 1시부터 오전 5시까지 4시간은 휴식 시간으로 명시됐지만, 새벽 시간에도 그는 환자들의 체위를 한두 차례 바꿔주느라 쉴 수 없었다.

잠시 여유가 생기는 시간에는 병실 구석에 담요를 깔고 무거운 눈꺼풀을 붙였다.

그가 이렇게 한 달 동안 일해서 받은 돈은 140만원가량. 올해 최저임금(6천30원)을 적용해 받았지만, 야간·휴일 수당은 전혀 받지 못했다.

A씨가 처우 개선을 요구하자 요양원 업주는 지난 3월 그를 해고했다.

그가 고용노동부에 체불임금으로 신고한 금액은 퇴직금과 야간 수당 등 322만원, 새벽 휴식 시간에도 일한 것까지 계산하면 체불임금은 1천만원을 훌쩍 넘는다.

A씨는 “명절에 찾아오는 손주에게 용돈이라도 쥐여주고 싶은데, 빚을 갚고 생활비 대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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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추석을 앞뒀지만, 임금 체불에 고통받는 근로자들의 마음은 한가위 보름달처럼 넉넉하지 못했다.

충주의 한 공장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한 스리랑카 국적 B(32)씨는 3개월 치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5년 전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온 그는 이 공장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오전 8시부터 12시간 동안 볼트 생산 라인에서 일했다.

첫 달 월급을 받은 기쁨도 잠시였다. 두 번째 달부터 공장주는 임금을 주지 않았고, “내일 준다”는 말만 반복했다.

용기를 낸 B씨는 청주이주노동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체불임금 450만원에 대해 민사소송을 냈다.

그는 “고향에 어머니가 지병으로 위독한 상황이지만,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비행기 표도 끊지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주형민 청주노동인권센터 노무사는 “노인이나 외국인 등 사회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월급을 받지 못해도 삭히는 경우가 많다”면서 “노동부에 신고하기 전에 노동인권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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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임금체불로 고용부에 진정한 근로자는 21만 4천52명, 체불액은 9천471억원에 달한다.

연말까지는 1조4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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