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낼 생각하니 벌써 머리 지끈”…우울증 환자 20% 증가

2016년 9월 13일

“추석 지낼 생각하니 벌써 머리 지끈”…우울증 환자 20%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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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DB]

“시댁가서 차례상·손님맞이 어찌하나” 주부들 스트레스에 소화불량·두통 호소

남편들도 “아내 눈치보여 불편”…”부당·불편한 대우가 갈등 원인, 서로 배려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주부 김모(40)씨는 며칠 전부터 남편만 보면 자꾸 짜증이 난다.

평소 남편과 대화도 많이 나누지만 명절을 앞두고 신경이 곤두서 있다. 시댁에서 차례상, 음식을 준비하고, 밀려드는 손님을 맞을 생각만 하면 소화도 안 되고, 두통까지 시달린다.

김씨는 “남편이 장손인 탓에 명절 일거리가 만만치 않고, 손님들도 많다”며 “결혼 전에는 명절이 즐거웠는데, 이제는 생각해도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명절을 앞두고 남편 얼굴을 봐도 울컥하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며 “직장에서도 일손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입맛이 없어 소화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김씨의 상태는 전형적인 ‘명절 증후군’이다.

명절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머리가 아프거나 소화가 잘 안 되고, 신체적인 무기력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김씨의 남편 박모(42)씨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명절을 앞두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아내 때문이다.

박씨는 “아내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집안일을 도와주며 나름대로 노력한다”며 “그러나 고향에서 명절을 지낸 뒤 집으로 돌아와 특별한 이유 없이 아내와 분위기 냉랭해지는 경우가 곧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이지만, 주부들에게는 늘 부담스럽기만 하다. 직장생활을 하는 주부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더 크다.

이 때문에 명절을 앞두고 지레 스트레스를 받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홍진표(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시댁 가족과 좋지 않았던 과거의 힘든 경험이 명절을 앞두고 불안감으로 작용해 명절 증후군으로 나타난다”며 “명절을 전후해 우울증 환자가 평소보다 20%가량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또 “명절 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주부들이 많다”며 “복통이나 두통, 감기·몸살 등 신체적인 이상 증상까지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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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TV 캡쳐]

실제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서울의 비에비스 나무병원이 20∼60대 남녀 4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2%가 명절 증후군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32%가 소화불량, 복통, 설사, 변비 등의 소화기 증상을 꼽았으며 근육·관절통(25%), 우울증·짜증·무기력(23%), 두통(13%)이 뒤를 이었다.

많은 사람이 명절에 소화기 증상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스트레스다. 불안이나 스트레스 같은 자극이 자율 신경계를 자극하면 위의 운동을 방해하고 이게 소화불량이나 복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탓에 추석 연휴에 가정폭력이 평소보다 많이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부산경찰청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석 연휴에 접수한 가정폭력 신고를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61.7건으로 나타났다. 평소에 32.7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추석 때 가정폭력이 배가 늘어나는 셈이다.

추석 연휴에 신고되는 가정폭력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2013년 추석 연휴에는 하루 평균 46.7건이던 것이 2014년 52.8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82건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명절증후군 해결을 위해 가족들 간에 배려해주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여행이나 영화 감상 등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 치료를 받는 것도 권한다.

김시경(충북대병원 정신과 교수) 충북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주부, 며느리라는 이유로 다른 가족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딸들과 달리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명절 증후군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공평하게 일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가족들 간에 배려하고 명절에 가족들끼리 인근 유원지를 찾는 등 가벼운 외출을 하는 것도 좋은 대처법이 될 수 있다”며 “우울증이 심각하면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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