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구입한 집 아이의 ‘첫 생리’ 도와준 사연

2016년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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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BS2 드라마 스페셜 ‘보미의 방’(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오늘의 유머


“얼마 전 저녁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컴퓨터 구입한 집 아이 초경 도와준 이야기’라는 제목의 사연이 올라왔다.

얼마 전 저녁, 부모와 떨어져 홀로 서울에 올라와 할머니와 지내고 있는 6학년 딸 아이에게 컴퓨터를 구입하고 싶다는 부모의 전화를 받은 글쓴이 A씨.

A씨는 “통화 내내 말끝을 자신 없이 흐리셨습니다. 사정이 넉넉지 못하다며 중고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중고가 없었지만 열흘이 좀 안 되어 쓸만한 게 생겨 22만원에 내놓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뒤 찾아간 집. 할머니와 둘이 살고 있다는 아이가 지내는 곳은 액세서리 조립하는 부업거리가 펼쳐져 있는 등 형편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를 보며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 A씨는 후다닥 설치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골목길을 지나 얼마 가지 않은 상태에서 아까의 그 아이가 버스정류장에서 서 있는 것을 발견한 A씨.

“어디로 가니? 아저씨가 태워줄게”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됐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며 아이는 “아저씨. 그냥 먼저 가세요”라는 말과 함께 급하게 차에서 내려 한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A씨는 ‘에이. 여기까지 온 거 기다려주자’라는 마음으로 담배를 한대 물려는 순간, 보조석 시트에 검빨갛게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첫 생리를 한 듯 싶었습니다. 보통 생리라고 생각지 않은 것이 이미 경험한 생리라면 바지 바깥으로 샐 정도로 놔두거나 모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이도. 당황한 아이 얼굴도 생각 나고”라며 “아이가 화장실에 가봤자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듯 싶었습니다. 아까 사정으로 봐서는 핸드폰도 없을 테고. 바지에는 이미 묻었고. 처리할 물건조차 없을 텐데”라고 걱정 어린 마음을 전했다.

이어 “마음은 조급한데 별별 생각이 다 났습니다. 여동생 6학년 때 첫 월경도 생각나고. 아까 지나온 번화가가 생각나 속옷가게에 들려 제일 작은 사이즈부터 그 위로 두 개를 더 샀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아내에게 전화해 SOS를 요청한 A씨.

아내는 생리대부터, 속옷, 바지, 물티슈 등 꼼꼼하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준비할수록 도와줬고 얼마 지나지 않아 A씨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 아이가 들어갔던 건물에 들어가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애 이름이 뭐야?”/”아… 애 이름을 몰라. 일단 들어가서 찾아봐야 할 것 같아”

아내가 화장실에 들어가보니 화장실 세 칸 중 닫혀 있는 한 칸.

아내가 “애기야. 아까 컴퓨터 아저씨 부인… 언니야… 혹시 이 안에 있니?”라고 계속 묻자 안에서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네”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소리 없이 울면서 낑낑대고 있던 것.

A씨는 “다른 평범한 가정이었으면 축하 받고 조촐할 파티라도 할 기쁜 일인데… 뭔가 콧잔등이 짠한 것이 가슴도 답답하고 누가 울어라 그러면 팍 울어 버릴 수 있을 것 같더군요. 혼자 그 좁은 곳에서 어린애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요”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아내는 아이를 도와주는 한편 남편에게 [5분 있다 나갈게. 잽싸게 꽃 한 다발 사와]라는 문자를 보냈다.

예쁜 꽃을 사서 눈이 팅팅 부어 있던 아이에게 건넨 그들. 패밀리 레스토랑에라도 가서 저녁을 먹이려고 했지만 아이는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해 집으로 곧장 데려다 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의 사정을 들은 아내는 컴퓨터를 팔며 받은 22만원을 그냥 돌려주자고 제안했다. 이를 거부하는 A씨를 어르고 달래 “다시 가서 계산 잘못 됐다 하고 10만원이라도 할머니 드리고 와. 10만원 드리면 사고 싶어 하던 그래픽카드 사게 해줄게”라고 제안했다.

A씨는 바로 차를 돌려 봉투에 10만원을 넣어 물건값 계산이 잘못됐다며 할머니에게 돈을 돌려드렸다. 할머니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와서 차에 타자 아내는 A씨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짜식~”이라며 기뻐했다.

그렇게 그날 밤 11시쯤 새로운 그래픽카드를 설치하고 기쁨을 만끽할 무렵 아이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은 A씨.

“네. 여기 XX인데요… 컴퓨터 구입한…”

아이 엄마는 이 첫마디 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A씨 역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떠한 말도 오가지 않은 채 계속된 통화.

“저 역시 말 걸지 않고 그냥 전화기… 귀에 대고만 있었습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전에도, 지금도 눈물이… 이 눈물은 고마움의 눈물이다. 쓰니 덕분에 기분 좋은 눈물이 난다”, “참인간이다”, “감동이에요” 등의 훈훈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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