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는 시아버지가 다 해주마” 요즘 농촌의 흔한 추석 풍경

2016년 9월 15일

“설거지는 시아버지가 다 해주마” 최남단 농촌의 추석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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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군 의신면 이장단 ‘며느리 배려’ 현수막 내걸어

(진도=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추석을 맞아 고향에 내려오는 며느리들을 배려하려는 시아버지들이 따뜻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15일 전남 진도군 의신면 만길노인회관 앞길에는 ‘애미야∼∼ 어서 와라. 올해 설거지는 시아버지가 다 해주마!’라는 문구가 박힌 큼직한 현수막 한 장이 귀성객을 반긴다.

명절마다 귀성객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내건 의신면 이장단은 이번 추석을 앞두고 국토 최남단까지 힘들게 내려오는 젊은이들을 힘 나게 해줄 참신한 문구를 고민했다.

대부분 50∼60대인 41개 마을 이장들은 “며느리가 힘들어서 못 오면 아들도, 손주도 못 보는 거다. 며느리한테 잘해야 한다”는 농담을 하다가 며느리를 위로하는 현수막을 만들게 됐다.

혹시라도 시아버지 마음이 잘못 전달될까 봐 ‘현직 며느리’인 의신면 주민센터의 여성 공무원에게 검수까지 받았다.

수도권에서 진도까지 보통 육로로만 6시간, 명절에는 8∼10시간이 걸린다. 작은 섬들은 또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이 때문에 이장들은 명절에 고향까지 오는 것만 해도 효도라고 이야기했다.

이장단 총무를 맡은 최성원 도명마을 이장은 “여자들이 명절 때면 일도 많은데 수도권에서 여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오느냐. 편안하게 쉬었다가 갔으면 하는 마음에 현수막을 준비했다”며 “나는 아직 며느리가 없는데 명절 지나면 다들 얼마나 며느리들을 쉬게 해줬는지 후일담을 나누기로 했다”며 전했다.

김양오 이장단장은 “나부터 고생해서 집에 온 자녀와 아내 부담을 덜기 위해 명절이면 부침개 부치는 일은 전담한다”며 “막내아들보다 어린 20대 며느리가 처음 명절을 보내러 왔을 때가 생각났다. 다들 조금씩 배려하는 마음으로 훈훈한 명절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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