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는 지진 진도 얼마까지 견디나요?…”알길 없다”

2016년 9월 22일

akr20160921174300057_01_i_99_20160922084309아파트 내진 설계 안내문울산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내진 설계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내진설계 확인서에 진도 표시 없어…공무원들 진땀

전문가 “내진설계 된 건물은 진도 7 정도 견딜 것으로 추정”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내가 사는 아파트는 어느 정도의 진도까지 견딜 수 있을까.

자신의 아파트가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에 견딜 수 있는지 정확히 확인할 방법이 없어 주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강한 지진이 잇따르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지자체 등에서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내진설계 유무와 견딜 수 있는 진도를 묻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과 19일 규모 4.5의 여진으로 아파트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경험한 울산에서는 지자체마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의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

21일 경주에서 발생한 3.5 규모 여진까지 겹치면서 담당 공무원들은 전화기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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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 대피한 아파트 주민들[연합뉴스DB]

중구의 주택허가 담당 공무원은 “많은 때는 1시간당 10건 이상의 전화가 걸려 와 다른 업무를 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우리 아파트가 얼마 정도의 진도에 견딜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문의다.

정작 담당 공무원들은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없어 진땀을 흘리고 있다. 내진설계 문서 어디에서도 특정 진도에 맞춰 설계됐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에 따르면 아파트 건축허가 시 내진 관련 자료를 담은 것은 ‘구조안전 및 내진설계 확인서’가 전부다. 이 확인서는 내진설계 주요 결과 등의 정보를 담고 있다.

대표적인 정보가 지진응답계수(Cs)인데 X 방향 지진응답계수가 0.037, 즉 ‘Csx=0.037’로 표시돼 있으면 일반적으로 가로 방향에서 아파트 전체 무게 곱하기 0.037을 한 정도의 힘이 와도 붕괴하지 않고 견딜 수 있다는 뜻으로 통한다. 아파트 무게가 1천t이면 가로 방향에서 37t가량의 무게가 실려도 아파트에 변형은 생길 수 있지만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진응답계수를 진도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김익현 한국지진공학회 부회장(울산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은 “내진설계 확인서에 사용된 각종 내진 단위를 진도 단위로 변환할 수 있는 수식이 현재로서는 없고 법에도 특정 진도나 규모 이상 견디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지진이 발생한 상황을 분석했을 때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진도 7 정도는 견디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진 이후 일부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이 엘리베이터 등에 붙인 ‘우리 아파트는 진도 5.5에 견딘다’ 등의 문구도 엄밀히 따지면 신빙성이 없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김태완 강원대학교 건축공학전공 교수는 “현재 내진설계된 아파트가 진도 얼마에 견딜 수 있는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다만, 내진설계된 아파트는 일반적인 사람이 휘청거리며 쓰러질 정도가 돼야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학계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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