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 모래로 만들어졌다”…황당한 무자격 유커 안내사들

2016년 9월 22일

pyh2014100503590005600_p2_99_20160922092109

제주성산일출봉의 ‘우뭇개’ 해안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은 반찬이 공짜다” 문화 차이 왜곡해 다툼도…”강력 단속 필요”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 성산일출봉은 모래로 만들어졌습니다.”

높이 182m의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이 모래로 만들어졌다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은 유커(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사실처럼 알려지기도 한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수성 화산체이나 이런 깊이 있는 내용을 모르는 중국인, 중국 교포 무자격 관광안내사들이 유커들에게 공공연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 중국인이나 중국 교포들이 무자격으로 관광 안내에 나서면서 왜곡된 정보가 관광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이들 무자격 안내사들은 제주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채 몇 개월 머물면서 돈벌이로 관광 안내에 몰래 나서고 있다.

‘한국 음식점에서는 반찬이 공짜’라는 등 관광객이 자칫 오해하기에 십상인 정보도 일상적으로 전파된다.

강영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협회장은 “무자격 안내사들이 이런 정보를 제공해 식당에 간 유커 여러 명이 인원수에 비해 적게 음식을 주문한 뒤에 반찬을 계속 시키 음식점 업주들과 마찰을 빚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지난 12일 제주 시내 음식점에서 발생한 음식점 주인 폭행 사건도 이런 잘못된 정보로부터 오해가 시작됐을 수 있다고 봤다.

당시 유커 8명은 다른 곳에서 사 온 술을 해당 음식점에서 마시려다 제지당하자 나온 음식의 비용조차 지불하지 않고 나오면서 업주와 마찰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식 사우나에서는 먼저 몸을 씻고 사우나에 들어가야 하는데, 무자격 안내사들이 ‘한국에서는 그럴 필요 없다’고 해 그냥 들어가 제주 현지인들과 말다툼을 벌이는 일도 있다.

“서귀포 섭지코지에서는 외국인만 렌터카를 이용한다’, ‘제주는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섬이라서 해수욕장 모래는 모두 검다’ 는 등 왜곡된 정보는 수없이 많다.

pyh2016020801180005600_p2_99_20160922092109중국인관광객들로 붐비는 제주 용두암 [연합뉴스 자료사진]

심지어 전설을 새롭게 만들어 전달하는 일도 있다.

성산일출봉 앞 ‘물허벅 진 여신상’ 앞에서 한 무자격 중국인 안내사는 “제주는 물이 귀해서 산에 올라가 물을 떠 오는데, 여인 4명을 모아야 산에 갈 수 있다고 한다. 물허벅을 앞으로 매 허벅부리를 두드리며 큰소리로 노래 부르며 맹수를 쫓고, 물을 기르면 등으로 물허벅을 져 내려온다”고 소개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제주 해안 지역이 물이 귀한 것은 맞지만 물을 담아 오는 물허벅을 두드리거나 노래 부르며 맹수를 쫓는다든가 여인 4명이 모여야 산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뜬금없는 것이다.

중국 풍속에 기반을 둔 왜곡된 안내도 있다.

대표적으로 “용두암의 자연석을 조각 내 가져가면 행운이 온다”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안내 때문에 실제 용두암 자연석을 유커들이 몰래 들고가다 공·항만에서 적발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도 한다.

용두암은 제주도기념물 제57호로 지정돼있다. 용두암을 무단으로 훼손하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제주 자연석의 무단 도외 반출 행위도 제주도특별법(제358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그러나 중국인이 성당에서 기도하는 60대 여성을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한국에서는 행동을 주의해야 한다고 안내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제주를 찾는 유커는 2014년 285만9천92명, 지난해 223만7천363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관광 안내를 하려면 관련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지만 중국인 관광시장이 커지자 무자격으로 안내사 일을 하려는 중국인과 중국 교포들도 많아지고 있다.

강 회장은 “제주 전체 중국인 관광시장의 절반 이상은 이런 무자격 안내사들이 잠식해 국내 합법적 안내 일을 하는 안내사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도에서 적발한 무자격 유커 안내사는 2014년 43명에서 지난해 66명이다. 올해 들어서 지난달 말까지는 143명이나 적발됐다.

강 회장은 제주 관광의 질적 성장과 함께 제주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라도 무자격 관광 안내 행위에 대한 더욱 강력한 단속을 촉구했다.

ko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