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때 냉동보관한 난소조직으로 출산에 성공한 20대 여성

2016년 12월 15일

▼사진출처 : 연합뉴스


11100


영국서 20대 여성, 9세때 냉동한 난소조직으로 출산 성공

15년 전 유전 혈액병 치료 위해 화학요법 쓰기 전 난소 냉동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영국에서 20대 여성이 9살 때 떼어 내 냉동한 난소조직을 이용해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냉동 보관한 난소조직을 이식해 출산에 성공한 사례는 이미 2004년 이후 몇 차례 있었지만,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인 어린이의 난소조직으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로 파악된다고 BBC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바이 출신인 모아자 알 마트루시(24)는 베타 지중해빈혈이라는 유전병을 갖고 태어났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질병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골수 이식을 받기 전 난소에 손상을 줄 수 있는 화학요법을 써야 했다. 당시 9살이던 마트루시는 화학 치료를 받기 전 오른쪽 난소를 떼어 내 조직을 냉동했다.

난소조직은 동결 방지제와 함께 천천히 영하 196도까지 온도를 낮춘 뒤 액체 질소에 보관됐다.

지난해 덴마크의 의료진은 5개의 난소조직을 마트루시의 몸 안에 다시 이식했고, 이 중 4개가 기능을 잃은 왼쪽 난소에 붙었다.

폐경 증상을 겪고 있던 마트루시는 난소조직 이식 이후 호르몬 수치가 정상화되면서 배란을 시작했다.

마트루시와 남편은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체외 수정을 선택했고 올해 초 임신에 성공해 지난 13일 런던의 한 병원에서 아들을 출산했다.

마트루시는 “언제나 내가 엄마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희망을 멈추지 않았고 이제 아기를 가졌다”며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난소를 냉동하는 결정을 내려 가족을 이룰 수 있게 해준 자신의 엄마에게 감사하다며 둘째 아기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담당 의사인 산부인과 전문의 세라 매슈스는 “성인 여성에게 난소조직 이식이 성공한 사례는 있었지만, 어린 시절 냉동한 난소조직을 되살려낸 사례는 없다”며 “엄청난 진전”이라고 말했다.

15년 전 마트루시의 난소를 떼어 내 조직을 냉동했던 리즈대병원의 헬렌 픽턴 교수도 “매우 고무적”이라며 “2001년까지 보존된 난소조직에서 태어난 아기는 없었고, 마트루시가 우리의 첫 환자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리즈대 연구진은 199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냉동 난자 조직을 이식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후 유럽에서만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등으로 생식 능력에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청소년이나 젊은 여성 환자들이 난소조직을 냉동해 보관하고 있다고 픽턴 교수는 전했다.

냉동된 난소조직 이식을 통한 출산은 2004년 벨기에에서 처음 성공했다. 벨기에에서는 지난해에도 다른 여성이 사춘기가 시작된 13세 때 냉동한 난소조직으로 출산했다.

영국에서는 올해 초 에든버러에 사는 암 환자 여성이 냉동 난소조직으로 출산한 첫 사례를 기록했다.

mih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