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진품, 25년간의 논란 종지부 찍나

2016년 12월 19일
▼사진출처: MBC 뉴스 캡처

article_19143636935332_99_20161219144213-1


19일(오늘)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배용원)는 1991년 논란이 제기된 후 25년간 지속되어 온 ‘미인도 위작 스캔들’에 대해 “미인도 소장이력 조사,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 감정 내용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는 진품으로 판단됐다”고 결론 지었다.

이는프랑스 르미에르 감정단이 지난 10월 낸 보고서의 ‘위작’이라는 결과와 배치되는 결론으로, 진품으로 확인 되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의문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미인도 위작 사건은?>

‘미인도 위작’ 논란의 시작은 2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은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를 기획했다. 이때, 약 10년간 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되어있던 <미인도>가 서울 계동 현대그룹 사옥에 전시되며, 처음 대중에게 공개된다.

91년 전시된 미인도는 포스터로도 제작돼 일반인에게 판매됐다. 총 900장을 인쇄해 일부는 홍보용으로 사용, 일부는 5만원에 판매했다.

이때 일이 터진 것. 한 사우나에서 액자에 걸린 미인도 포스터를 본 천경자 화백의 지인이 천경자 화백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천 화백은 인쇄물을 보고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미술관에 전했다.

이때 천경자 화백은 “내 작품은 내 혼이 담겨 있는 핏줄이나 다름없습니다.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나는 결코 그 그림을 그린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미인도>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은 “천경자 화백이 오 모씨에게 팔았고, 오 모씨는 다시 김재규씨에게 선물을 해, 이것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이관된 것”이라며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맞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화랑협회 감정위원회에 감정을 의뢰했고, 결론은 ‘진품’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화풍과 천경자 화백의 작품을 주로 표구한 ‘동산방화랑’의 표구가 장부에 기록돼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든 것.

하지만 천경자 화백은 그해 4월 절필을 선언하며 “붓을 들기 두렵습니다. 창작자의 증언을 무시한 채 가짜를 진짜로 우기는 풍토에서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이후 천 화백은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정신 나간 작가’라는 말까지 들어가며 정신적 고초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천 화백은 1998년 자신의 주요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고 큰 딸 이혜선 씨가 살고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1998년, 천경자 화백이 미국으로 떠난지 16년이 흐른 지난해 10월에 천경자 화백이 두 달 전 타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시 <미인도> 위작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계속되는 ‘미인도 위작 논란’에 천경자 화백의 차녀로 알려진 김정희씨는 지난 4월 국립현대미술관장인 바르토메우 마리 등 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오늘(19일) 검찰은 수사 결과 미인도를 진품으로 판단했고, 바르토메우 마리 미술관관장 등 피고소인 6명 중 5명은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이 중 국립현대미술관의 전 학예실장인장 정모(59)씨는 2015~2016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천화백이 전품을 보지 않고 위작이라고 했다”고 발언한 사실에 대해 허위사실을 적시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미인도 진위 확인 과정은>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이 1991년 이래 25년간 지속돼 온 대표적인 미술품 위작 논란 사건인 점을 감안해 미술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하고, 사건관계자들을 철저히 조사했다”며 “현 시점에서 동원 가능한 거의 모든 감정방법을 통해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논란이 된 미인도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안목감정은 물론 X선·원적외선·컴퓨터 영상분석·DNA 분석 등 과학감정 기법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법이 미인도에 그대로 구현됐다고 판단했다.

전문기관의 과학감정, 전문가 안목감정, 미술계 자문 등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의 제작기법이 천 화백의 양식과 일치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육안으로는 잘 관찰되지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 꽃잎’, ‘나비’ 등 천 화백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미인도에서 나타나는 점도 주요 근거로 꼽았다.

수없이 수정과 덧칠을 반복해 작품 밀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천 화백의 독특한 채색기법도 판단 잣대였다.
덧칠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그림 밑층에 다른 밑그림이 나타나는데 이는 천 화백의 ‘청춘의 문'(68년작)에서도 동일하게 표현된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2296778_article_99_20161219162910-1

<▼ 사진출처: 검찰측 자료 >

검찰 측은 “위작의 경우 원작을 보고 그대로 베끼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한 스케치 위에 단시간 내에 채색작업을 진행하므로 다른 밑그림이 발견되기 어렵다”고 판단 배경을 설명했다.

미술계 전문가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된 9명의 감정위원 대부분은 석채 사용과 두터운 덧칠, 붓터치, 선의 묘사, 밑그림 위에 수정한 흔적 등을 토대로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쪽에 손을 들어줬다고 한다. 또한, 검찰은 미인도의 유통 경로의 출발점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끝나지 않은 논란>

그러나, <미인도> 위작 논란에 미인도가 진품이라 밝혀진 이후에도, 천경자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62)씨의 법률대리인인 해인법률사무소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검찰 발표가 너무 갑작스러워 아직 정리된 입장이 없다”면서도 “검찰이 지난 11월 국립현대미술관의 프랑스 감정팀의 결과보고서에 반박하는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일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최대한 빠른시간안에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앞서, 11월4일 김정희 씨 측이 비용을 댄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감정팀은 미인도 감정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유족과 검찰 측에 제출하면서 “진품일 확률이 0.0002%”라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 사실상 위작이라고 본 것이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담담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미인도 관련 그간 과거자료들을 토대로 진품으로 믿고 있었다. (검찰 발표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며 기뻐할 것도 없다”면서 “앞으로도 소장품의 수집, 감정, 관리에 보다 더 전문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인도는 진품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본인이 안 그렸다는데도… 에구… 죽어서도 편히 못 쉬시네…(eecs****)”, “본인이 아니라는데 왜 남이 맞다는거? 검찰은 뭐야 무슨 생각이야(haya****)”, “우리나라 답없다 진짜…(ggae****)”, “검찰 제발 박근혜 손잡고 나가(gode****)”, “진짜 해도해도 너무한다(zach****)”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영상출처: TV캐스트 >

온라인이슈팀<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저작권자(c) 포스트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