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갔다오니 집이 사라졌어요” 어느 가족 이야기

2017년 10월 23일

학교 갔다오니 집이 사라졌어요 어느 가족 이야기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그날 겪은 일은 가족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요. 잊고 싶은 악몽이니까요.”

부산시 남구의 한 4층짜리 빌라에 살던 A(50) 씨 가족의 일상은 2016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 이후 송두리째 변했다.

이날 출근과 등교(방과 후 활동) 이후 빌라의 무단 철거가 진행돼 불과 서너 시간 만에 4층짜리 빌라가 사라졌다.

재개발 지역 내 빌라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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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가 넘어 퇴근하고 나서야 철거 사실을 먼저 알게 된 A 씨는 중학교 3학년 딸(15)과 중학교 2학년 아들(13)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못 했다.

한겨울 추위 속에 승용차에 두 아이를 태운 뒤 관할 파출소에 가서 겨우 피해자 진술 조사를 받았다.

A 씨는 “어른인 나로서도 크게 충격을 받아 말이 나오지 않았다”며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고 말했다.

그 다음 날 A 씨 가족은 현장에 찾아갔다. 비록 전셋집이었지만 네 식구가 웃음꽃을 피우던 보금자리는 온데간데없었다.

밝은 성격의 두 아이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땅만 바라봤다. 딸은 철거 잔해 속에서 짓이겨진 자신의 교복을 보고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그나마 겨울방학이라 당장 수업 준비에 지장이 없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A 씨 가족은 각자 몸에 걸친 것 외에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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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주민의 집에 하루 신세를 졌다가 찜질방, 온천, 모텔 등을 전전하며 힘겨운 겨울을 보냈다.

해가 바뀌고 겨우겨우 돈을 모아 40년 된 전세 아파트를 마련했지만 방 2개, 거실 겸 주방, 욕실이 전부다.

전교 상위권에 머물던 딸의 성적은 고교 진학 이후 반에서 중간 정도를 유지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A 씨는 “30년 넘게 살던 집의 재개발 이주 보상문제 해결이 잘 안 돼 구한 빌라였다”며 “재개발이 대체 뭐길래 우리 가족을 이렇게 만드느냐”고 되물었다.

기습철거에 대한 수사에 나선 부산 남부경찰서는 최근 특수손괴 혐의로 시행사 직원 백모(39) 씨와 현장소장 최모(38) 씨를 구속하고 조합장 김모(54) 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백 씨 등은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11시께부터 오후 2시께까지 재개발 예정지역에 있는 부산 남구 문현동의 4층짜리 빌라를 굴착기로 무단 철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7억4천만원에 매입하기로 한 빌라를 밀어버리고 감정가인 3억6천만원만 주려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백씨 등은 철거 후 “매매협상이 끝나 철거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둘러대다가 주민들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에 3억6천만원을 공탁한 뒤 애초 합의한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빌라에는 애초 6가구가 살고 있었지만 2가구는 이주했고 당시 4가구 주민 10여 명이 살고 있었다.

관할 남구청은 문제의 재개발 지역에 대해 사업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pitbul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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