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 치솟자 장병들 뒤로 넘어져”…처참한 지뢰폭발 현장

2015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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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 지뢰폭발 현장 
(서울=연합뉴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폭발사고는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공개한 사고발생 현장. (합참 제공)

 
육군 1사단, DMZ 지뢰폭발 TOD 영상 공개

(파주=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장병 여러 명이 긴박하게 철책 통문으로 들어가더니 쓰러진 군인 한 명을 부축하고 뒷걸음질하며 후송했다.

그때 갑자기 통문 바닥에서 5m를 훌쩍 넘는 흙먼지가 치솟고 장병 서너 명이 한꺼번에 뒤로 넘어졌다.

육군 1사단이 9일 언론에 공개한 이달 4일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사고 영상은 한마디로 처참했다.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이 영상에는 1사단 수색대원 김모(23) 하사의 발목 절단으로 이어진 2차 지뢰폭발 장면이 담겼다.

김 하사는 불과 5분 전 DMZ 추진철책 통문 밖에서 1차 지뢰폭발로 두 다리를 크게 다친 하모(21) 하사를 후송하다가 변을 당했다.

추진철책은 DMZ 안에 있는 소초(GP)들을 잇는 철책으로, 북한군의 침투를 막고 우리 군의 수색작전을 용이하게 하는 데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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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비무장지대 지뢰폭발사고 영상 공개
(서울=연합뉴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폭발사고는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는 이 같은 조사내용을 10일 발표하고 “북 도발에 응당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공개한 사고 당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된 지뢰 폭발장면. (합참 제공)

 
당시 TOD로 DMZ를 감시하던 병사는 1차 지뢰폭발음을 듣고 급히 TOD 방향을 사고 현장으로 돌려 2차 폭발을 촬영할 수 있었다.

TOD 영상 속 수색대원들은 전우 2명이 잇달아 쓰러진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후송작전을 펼치는 모습을 보였다.

사고를 조사한 안영호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부단장(육군 준장)은 “단 한 명의 수색대원도 숨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전우의 구출과 전투 대형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안 준장이 이끄는 합동조사단은 이번 사고가 북한군이 최근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와 매설한 목함지뢰의 폭발로 발생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육군 1사단은 이날 MDL과 440m 떨어진 곳에 있는 사고 현장도 언론에 공개했다.

지뢰폭발은 우리 군 수색대가 드나드는 추진철책 통문 바로 바깥쪽(북쪽, 1차 폭발)과 안쪽(남쪽, 2차 폭발)에서 발생했다. 수색대원의 발이 놓이는 곳에 지뢰가 묻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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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공개된 DMZ 지뢰폭발사고 현장
(서울=연합뉴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폭발사고를 조사한 합동조사단의 안영호 단장(육군 준장)이 9일 사고 현장을 방문한 취재진에 당시 상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목함지뢰가 빗물에 떠내려온 것이 아니라 북한군이 우리 군 수색대를 겨냥해 매설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1사단 수색대는 지난달 22일에도 이 통문을 통과했으나 모두 무사했다. 북한군이 지난달 말 이곳에 목함지뢰를 파묻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목함지뢰 2개가 한꺼번에 터진 1차 폭발의 화구(폭발로 움푹 패인 곳)는 가로 117㎝, 세로 90㎝, 깊이 19㎝에 달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인한 2개의 화구는 지난 8일 쏟아진 소나기 탓에 꽤 많은 흙이 쌓여 있었다.

사고 현장 주변은 알갱이가 꽤 굵은 ‘마사토’로 덮여 있었다. 손으로 땅을 파보니 야전삽 같은 장비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지뢰를 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통문 아래쪽에는 폭이 15㎝쯤 되는 틈이 있었다. 합동조사단은 북한군이 이곳으로 손을 집어넣어 목함지뢰 1개를 파묻은 다음 통문 북쪽에 지뢰 2개를 매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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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철책 남쪽에는 몸을 숨길 만한 높이의 둔덕이 있어 통문까지 경사지가 만들어져 있었다. 통문을 넘어서면 경사는 완만해졌지만 MDL 주변 계곡에 다다를 때까지 내리막은 계속된다.

이런 지형적 특징도 합동조사단이 목함지뢰의 유실 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다. 경사지 때문에 목함지뢰가 북쪽에서 떠내려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추진철책 남쪽 지역은 지뢰제거 작업이 끝나 유실될 지뢰도 없다는 것이 합동조사단의 설명이다.

북한군이 지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 현장 근처 길목에서 약 2㎞ 서쪽에는 우리 군 일반전초(GOP)의 관측소(OP)가 보였다. 북한군이 통문에 접근하는 것을 OP에서 포착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이 길목에서 OP의 감시 범위에 들어오는 구간은 약 10여m로, 녹음을 이용해 상체를 숙이고 기동하면 카메라에 잡히는 시간은 3∼4초 밖에 안된다는 것이 합동조사단의 설명이지만 완벽한 사각지대가 아닌데도 북한군을 놓쳤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사고 현장을 둘러본 취재진이 철책 남쪽 둔덕을 넘어오자 피 묻은 거즈와 압박붕대 봉지 같은 것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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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 지뢰폭발사고 발생 당시 상황도
(서울=연합뉴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폭발사고는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공개한 사고 발생 당시 상황도. 2015.8.10 << 합참 제공 >> photo@yna.co.kr

 
수색대원들이 부상당한 전우를 부축해 이곳으로 옮기고 들것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지혈을 한 긴박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1사단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색작전 구역에서 대대적으로 지뢰탐지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군이 매설한 것으로 보이는 목함지뢰의 추가 발견 사례는 아직 없다.

군은 이번 사고를 북한의 ‘DMZ 지뢰도발 사건’으로 규정하고 그 밑에 깔린 의도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군이 무모한 행동을 벌인 것은 군사적 차원에서는 DMZ 안에서 우리 군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은 최근 DMZ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눈에 띄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 수색과 매복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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