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기습 포격에 연천주민 “이골이 났다”

2015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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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서부전선 포격, 불안한 주민들
(연천=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북한군이 서부전선 남쪽 경기도 연천군 남면 지역으로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 1발을 발사하고 우리 군이 대응 사격을 한 20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사무소 앞 삼곶리 민방공 대피소에서 주민들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2015.8.20 hihong@yna.co.kr

연천 GOP 철책근로자 “전쟁 나는 것 아닌지 불안했다”
“십여발 포 소리…또 뭐가 날아들까 너무 불안해”

(연천=연합뉴스) 우영식 노승혁 권숙희 최재훈 기자 = 북한군의 서부전선 기습 포격도발과 관련, 대피명령이 내려진 경기도 연천군 접경지역 주민들은 불안하면서도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있었던 북한군의 고사총 총격 때보다 더 상황이 위중했던 탓에 북의 도발에 이골이 난 주민들도 허탈한 표정이 역력했다.

서부전선 GOP(일반전초)에서 철책 과학화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은 전쟁까지 우려했다고 말했다.

연천군 주민들은 소나기 탓인지 북한군의 포격은 알아차리지 못했던 반면 우리 군의 강력한 대응 사격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닳았다고 했다.

◇”십여발 포 소리…또 뭐가 날아들까 너무 불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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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서부전선 포격, 불안한 주민들
(연천=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북한군이 서부전선 남쪽 경기도 연천군 남면 지역으로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 1발을 발사하고 우리 군이 대응 사격을 한 20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사무소 삼곶리 민방공 대피소 앞에서 주민들이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2015.8.20 hihong@yna.co.kr




 

연천군 중면 삼곶리 주민 이광일씨는 20일 오후 대피 직후 이뤄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불안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씨는 “민통선마을인 횡산리에서 농작업을 하고 있다가 철수하라는 당국 얘기에 바깥으로 나왔는데 십여발의 포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포 소리를 들은 시점을 이날 오후 5시 5분께로 기억했다. 북한군이 앞서 오후 3시 53분과 4시 12분 두차례에 걸쳐 연천군 중면지역으로 직사화기와 고사포로 추정되는 포탄을 발사한 뒤 우리 군이 대응사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이다.

이씨는 “지난해에도 ‘삐라’에 대해 이쪽으로 북한이 사격해서 주민들이 불안해했는데 또 이런 일이 생겼다”면서 “이런 일 때문에 주민들은 정말 삐라라든지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0일 탈북자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북한이 총격을 가해 삼곶리 중면사무소에 고사총탄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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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만에 연천군 중면에 또 포격
(서울=연합뉴스) 북한군이 지난해 10월 서부전선 연천군 중면 면사무소에 고사총탄을 발사한데 이어 1년여만인 20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 서부전선 남쪽을 향해 또다시 포탄 1발을 쏴 우리 군이 포탄 20여발을 대응 사격했다. 2014년 10월 11일 경기도 연천군 중면사무소에서 전날 북한군의 실탄이 떨어진 현장을 군인이 지키고 있다. 2015.8.20 << 연합뉴스 DB >> photo@yna.co.kr

연천군 중면 주민 이모(64ㆍ여)씨는 중면 지하 대피소에서 “작년에도 대피소로 오긴 했지만 금방 나가서 볼일을 봤는데 오늘은 무서워서 덥고 불편한데도 못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곳 주민들은 워낙 (이런 일에) 익숙해 있어서 대피방송이 있어도 대피소에 오래 머물지 않는데 오늘은 여기서 더 머물러야겠다”고 말했다.

◇연천GOP 철책근로자 “전쟁 나는 것 아닌지 불안했다”

서부전선 GOP(일반전초)에서 철책 과학화 작업을 하던 30명의 근로자들은 전쟁까지 우려했다.

포격 당시 경기도 연천군 태풍전망대 인근에서 철책 과학화 경계장비 작업을 했던 A(36)씨는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우리군 경계병들이 다가와 빨리 대피소로 피해야 한다고 해 동료 2명과 함께 대피소로 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업을 할 때 휴대전화를 가지고 GOP에 갈 수 없어 정확히 몇 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피소에 들어가고 우리 측에서 대응 사격을 수차례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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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대피
(연천=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북한군이 서부전선 남쪽 경기도 연천군 남면 지역으로 로켓포로 추정되는 포탄 1발을 발사하고 우리 군이 대응 사격을 한 20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면사무소 인근 대피소에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2015.8.20 pdj6635@yna.co.kr

그러면서 “천둥소리와 함께 머리 위로 포탄이 날아가는 ‘피~ 육’ 소리, 이어 포탄이 땅에 떨어져 터지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이러다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A씨는 우리 군의 대응사격이 끝난 오후 5시30분께 대피소에서 나와 귀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GOP에 천둥이나 번개는 치지 않았지만 소나기가 내렸다”며 “그래서 북측에서 포탄을 쏜 지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주민들, 北포격 인지 못해…군 대응 사격에 심각성 깨달아

임진강 군남댐 인근에서 낚시 중 포격을 들은 김모(38)씨는 이날 오후 3시 53분부터 5시 10분 사이 남북간 벌어진 교전 때의 상황을 설명하며 “휴대전화로 뉴스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연천 주민 대부분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포격을 모르고 있다가 아군의 대응사격이 있은 후에야 교전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사방의 산들이 모두 울릴 정도로 큰 포 소리가 나서 우리 군이 평소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북한의 포탄이 떨어진 곳에서 가까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의 횡산리 주민들도 아군의 대응사격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 천병호씨는 “콩밭에서 일하다 마침 비가 와서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포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며 “두 발씩 10여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간격이 빨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합참은 북한군이 오후 3시 53분과 4시 12분 두차례에 걸쳐 화력 도발을 감행했다고 발표했다.

군은 북한이 첫 화력도발 때 14.5㎜ 고사포 1발을, 20여분 뒤 2차 도발 때는 직사화기 76.2㎜ 수 발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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