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려고 번 돈을 오빠 결혼자금으로 주라네요”

2020년 5월 28일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여성 A는 20대 초반의 나이지만 어느덧 직장 생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대학 가려고 번 돈을 오빠 결혼자금으로 주라네요

사실 A도 친구들처럼 대학교에 가고 싶었으나 어려운 집안 사정 탓에 눈물을 머금고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A에게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오빠 하나가 있지만, 그녀의 인생에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몇 년째 취업 준비 중인 오빠는 시간이 모자라다며 알바도 하지 않고 지냈다. 자신과 대비되는 오빠의 모습에 오히려 A는 상대적 박탈감만 느꼈다.

이 때문에 A는 자신이라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취업에 성공한 A는 “돈을 모아서 대학교에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학 가려고 번 돈을 오빠 결혼자금으로 주라네요

그리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A는 매달 꼬박꼬박 적금을 부었다. 빨리 돈을 모으기 위해 옷도 덜 사고, 맛있는 것도 꾹 참다가 사먹고는 했다.

그렇게 A는 2년여 만에 4년치 등록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대학교에 가려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데, 몇 년을 다니던 곳을 하루아침에 그만두려니 마음이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워 A는 어영부영 결정을 미루고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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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할 말이 있다며 가족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오빠는 앞뒤 설명도 없이 “올해 안에 결혼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A는 취준생인 오빠가 모아 둔 돈이 있을 리가 없고, 집안 사정도 넉넉하지 않은데 무슨 돈으로 결혼을 하겠다는 건지 의아했다.

A가 “결혼 자금은 어디서 마련할 거냐”고 묻자 엄마는 “너 지금까지 적금 모은 거 있지 않느냐”며 “모은 거 다 오빠 빌려주면 되겠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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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A가 “등록금으로 쓰려고 모은 거라 못 준다”고 말하자 엄마는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엄마는 A에게 “직장 계속 다니는 거 보니 대학교 갈 생각도 없구만, 오빠한테 돈 빌려주기 싫으니까 핑계를 대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게 어디 너 혼자 번 돈이냐. 여태까지 키워 준 게 얼만데”라며 “오빠 인생에 도움 되는 일 좀 하라”고도 했다. 엄마의 말을 들은 A는 할 말을 잃었다.

그날 밤 A는 짐을 싸서 집을 나왔다. 갈 곳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 혼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만 재워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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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진 A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려 누리꾼들의 조언을 구했다.

해당 글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은 “절대 돈 빌려주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는 한 누리꾼은 “모은 돈 다 주고 빈털터리 된 뒤 어쩔 수 없이 부모랑 계속 사는데 아무도 고마운 줄을 모른다”면서 “안 갚는 건 당연하고 받은 놈은 부모가 준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누리꾼은 “애초에 돈 갚을 생각이 없으니 글쓴이에게 빌려 달라는 것”이라면서 “만약에 혼전임신으로 결혼하는 거라면 글쓴이에게 더 빌붙을 거다”라는 의견을 냈다.

동생 두 명을 둔 한 누리꾼은 “동생이 대학 가려고 모은 돈을 내 결혼자금으로 준다고 하면 미쳤냐고 할 것 같다. 제정신으로 그걸 어떻게 받느냐”며 분노했다.

 

 

온라인이슈팀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사진 = KBS2 ‘다시 첫사랑’ , ‘저글러스’